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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카이브_1.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1)가장 아름다웠던 때를 추억하며
freewillforme 2024. 3. 30. 11:39목차
'영화 아카이브'를 들어가며
'영화 아카이브' 시리즈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냥 시간이 더 흘러가기 전에 '내 인생에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다 문득 그래도 영화가 내 인생에 많은 위로를 주었고, 지금까지도 나와 함께한 친구 같은 존재라서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영화를 통해 얻은 감정과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블로그에 기록을 남깁니다. 많은 분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과 휴식이 되길 바라며...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를 추억하며
영화의 제목처럼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는 언제였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지금이라고 말할 수 도 있겠지만 지나간 시절이 멋지게 기억왜곡이 되듯이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를 보던 시절의 나를 생각해 보면 정말 꽃처럼 활짝 핀 시절이 아니었을까 떠올려봅니다.
그 당시 여자친구와 같이 지금은 없어진 이대 근처의 '신촌 아트레온극장'(ㅋㅋ 연식 인증?)에서 한껏 분위기를 즐기며 봤던 기억이 납니다. 칸 영화제에서 워낙 주목을 받던 작품이고, 왕가위의 열혈팬이던 저는 이 영화 개봉날만 기다렸고, 영화에 별 관심이 없던 여자친구는 그래도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영화이니 같이 봐주곤 했습니다.
왕가위의 이전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이 영화는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의 수많은 명작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특히 뭔가 아련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그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 특유의 느릿느릿한 분위기는 언제나 늘 영화를 생각할 때마다 예스러운 표현으로 '쎈치'해졌고, 영화의 음악과 함께 멋진 두 배우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이 영화는 제 인생 영화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영화 관련 물리매체들을 모조리 사모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DVD를 시작으로 블루레이로, 블루레이도 4K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타이틀을 모조리 사모았습니다. 물론 크라이테리언에서 발매된 것은 또 별도로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 본 이미지의 소유권은 criterion에 있습니다>
사운드 트랙도 CD, LP, 음원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를 사랑한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렇게 열렬히 사랑하고 관련 상품들을 모두 모으는 영화가 몇 개 있는데 이 영화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무엇이 이토록 지속적으로 이 영화에 열광하게 만드는지 확실치 않지만 제 가슴에 깊숙이 남아있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세월이 흘러 다른 물리 매체나 다른 형태로 영화 관련 새로운 상품이 나온다 해도 아마 저는 또 구입할 것 같습니다. 제 인생영화니까요.
그러고 보니 이 영화 이후 얼마 있지 않아 그 여자친구와 이별을 했네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 후 한정판으로 발매된 CD를 그 여자친구로부터 선물 받기도 했고,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추억이 깃든 영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몇 년 전 4K로 리마스터링 되어 재개봉했을 때도 당연히 혼자 달려가서 영화를 봤습니다. 여전히 좋더군요.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의 좋은 점
이미 이전 소개글에서 대략적인 줄거리가 궁금하시면 아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24.02.09 - [분류 전체보기] -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영화 줄거리, 주요 배우, 영화 총평
사실 왕가위감독의 촬영방식은 그 당시 홍콩의 많은 배우들을 괴롭혔습니다. 정확한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찍어대고, 촬영기간은 기한이 없고, 감독이 끝났다고 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지리멸렬한 촬영시간들. 다작을 하던 당대 배우들은 이런 왕가위의 촬영방식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왕가위의 모든 영화를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아비정전, 중경삼림, 화양연화'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화양연화'는 단연 왕가위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항상 '과함'이 그의 영화 미학 중 하나였는데, 이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는 그 '과함'이 예술이 되는, 절대로 '과하지'않고, 이 영화에 딱 들어맞는 완벽한 예술적 성취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를 상징하는 음악들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루 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은 사운드 트랙은 정말 분위기란 무엇인 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왕가위의 영화답게 3시간이 넘는 필름 중 양조위와 장만옥의 베드신 촬영분도 있지만 마지막에 감독이 제외했다고 하는 데 이는 탁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물론 남녀가 사랑하는 장면이 영화에 필요하다면 넣어야겠지만, 만약 그 장면을 넣었다면 어땠을 끼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관객들의 상상에 맞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됩니다.
정말 사랑하지만 시대적 분위기와 상대를 아끼는 마음에서 한발 더 나가지 못했던 안타까운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더 애절하고 분위기 있게 보이기 때문이죠.
장만옥이 수없이 갈아입은 아름다운 치파오 의상만큼 이 영화는 비주얼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대표하는 색인 붉은색과 초록색 원색의 강렬함은 애절한 사운드트랙과 함께 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 장치입니다.
혼자서 괜히 분위기에 젖고 싶거나 옛 생각이 날 때면 이 영화를 꺼내보곤 합니다. 언제 다시 보아도 질리지 않은 이 영화는 제 인생 최고의 영화 리스트 상위에 항상 위치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날 때마다 제가 사랑한 영화에 대해서 끄적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이 영화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한 번 이 영화의 메인 테마에 푹 빠져보시죠.